복층 구조로 된 2D 횡스크롤 형태의 전장에서 4:4로 펼쳐지는 전투. 씨웨이브소프트의 하이퍼 유니버스가 벌써 오픈베타를 맞이한 지도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한 판의 소요시간은 15분~25분 사이. 피로도는 크게 줄어든 게 눈에 보이고, 단순할 것 같았던 전장에서 나오는 전략도 뜻밖에 많고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매칭도 무난히 잘 잡히는 편이고요.

그런데 혹시 여러분도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자세히 들어보면 이 게임, 소리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339살 먹은 개그를 하는 홍두깨부터, 만담 콤비 투스와 톱스. 스킨따라서 칼에서 몽둥이로 무기를 바꿔 든 아테라던가, 권총에서 물총을 든 블루로즈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타격음이 변화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크레이그'는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까지 구현할 정도로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어째서 이렇게 세심할 정도로 사운드를 신경을 썼을까요?

인벤에서는 씨웨이브소프트의 전진우 기획팀장과 정진선 기획자, 그리고 스튜디오EIM의 신동혁 대표와 정사인 CTO, 이기종 작곡가와 이재용 사운드 디자이너와 함께 '하이퍼 유니버스'의 사운드 제작 과정을 들어보았습니다. 게임에서도 들을 수 있듯,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디테일'과 '퀄리티'였습니다.


좌측부터 이기종 작곡가, 전진우 기획팀장, 신동혁 대표
,정사인 CTO, 정진선 기획자, 기재용 사운드 디자이너


■ 기승전결이 없는 BGM, 그러면서 "몰입감을 살리도록"

하이퍼 유니버스는 미래부터 SF, 그리고 중세풍이라고 할까...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이 캐릭터들을 음악적으로 다 아우르긴 힘들어 보입니다. 한가지 음악톤의 구심점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신동혁
=음악의 구심점이라... 하이퍼 유니버스가 기본적으로 SF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해요. 그래서 일단 SF 풍으로 작업을 하긴 했는데, 좀 다르더라고요. '드래곤의 둥지'는 좀 판타지풍이 있었거든요. SF 느낌을 내면서 SF가 아니어야 된다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시안을 드릴 때 SF를 충실하게 표현한 걸 드리니 상상한 건 그게 아니라고 하셨던 거죠. 

정진선
=초기에 좀 급하게 요청을 드렸는데, 방향성이 좀 복잡했어요. 하이퍼들의 스킬 사운드와 섞였을 때 시끄럽게 들리면 안 되니까요. 그런 부분에 좀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요청을 했었죠. 근데 이게…잔잔하면서 웅장한데, 그게 또 과하지 않은 형태라고 할까... 그렇게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또 너무 임팩트가 없으면 안 되고. 거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야 되는 거라고 해야 되나?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SF면서 판타지풍도 섞어야했던 '드래곤의 둥지' 전장.


요청을 들어보니 굉장히 추상적인데…이걸 대체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정사인
=음…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요소를 이야기해주시는데 각 요소가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하면 만족하시는지 여러 시안을 드리면서 캐치를 했죠. 

신동혁
=부위별로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랄까? 이런 부분은 과하다고 하시면 좀 그 부분을 죽이고, 이런 건 너무 잔잔하다고 하면 그거도 바꾸고. 이 악기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시면 그 악기를 다른 악기로 대체하거나 빼보곤 하는 거죠. 

이기종
=음악을 하다 보면 음악을 만든 입장에서는 더 멋지게 발전시키고 그러고 싶은데, 그걸 억누르면서 하는 게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이러면 더 좋을텐데…하는 게 있거든요. 근데 거기서 "아, 이건 좀 자제해야지. 또 피드백올라…" 하면서(웃음). 하이퍼 유니버스같은 경우는 BGM이 3분 정도 되는데, 전장에서 계속 반복되잖아요. 그게 기승전결이 있으면 안 돼요. 그게 중요하다고 하셨거든요. 기승전결 없이 음악을 짜야 하는 게 좀 힘들었죠. 

신동혁
=MOBA, AOS 계열의 게임을 국내에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 편은 아니잖아요? 저희도 최근에 국내 게임 사운드 경향이 좀 할리우드 식이랄까... 그런 트렌드가 있었어요. 거기에 익숙해져있었는데 초반에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EIM에서 호평을 받은 음악들은 대부분 마비노기 영웅전의 케이스가 많은데, 마영전은 전투 시간이 상대적으로 좀 짧아서 기승전결이 있어도 괜찮았죠. 아무래도 하이퍼 유니버스는 전투 시간이 길어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기종
=처음에는 아쉬웠는데, 진행을 하다 보니 좀 다르더라고요. 장르 특성도 있고 기승전결이 없음으로써 효과음이나 분위기를 더 살릴 수 있다는 걸 이해했다고 할까요? BGM이 혼자서 명곡으로 역할을 하는 것보다 게임의 구성 일부로서 완성도를 올리는데 기여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역할이 더 좋은 경우도 있는 거죠.

신동혁
=마영전의 경우는 오히려 BGM이 기승전결이 있어야 만족스럽고 더 어울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하이퍼 유니버스 같은 경우는, 유저들도 서로의 역할이 있는 거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BGM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한 거죠. 그래서 저희도 많이 배운 게 있던 것 같아요. 

이기종
=클라이막스가 없어도 몰입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꼭 곡에 클라이막스가 있어야만 음악적 완성도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거죠. 

신동혁
=음악도 특정 요소가 있으면 완성도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대부분 그 '테란'의 테마를 생각하실 텐데 그게 클라이막스가 강한 음악은 아니거든요. 대단한 클라이막스가 아닌데도 누구나 뇌리에 남는 음악. 저희도 기회가 돼서 그런 음악을 만들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승전결없으면서 몰입감을 살리는 것. 그것이 전장 BGM의 핵심이었다고.


요청도 꽤 급하게 드렸다고 하셨는데…실제로 그러면 얼마나 걸렸나요?

신동혁
=이전에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긴 했는데, FGT 즈음이었나... 한 3주에 걸쳐서 엄청 많은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정진선
=정말 좀 정신없이 했던 것 같아요. 피드백 메일이 새벽, 주말 없이 왔다 갔다 했어요. 음원 하나 만드는데도 열 번 이상 피드백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정사인
=일을 거의 시간 단위로 쪼개서 했죠. 오늘 몇 시까지 드릴까요 하면 오후 3시에 받고 다섯시까지 피드백 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하고... 전화도 엄청 하고요. 

신동혁
=FGT 근처 3주쯤에서 드래곤의 둥지랑 여러 가지 음악을 작업했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저희 쪽에서 시간이 좀 더 남아서 튜토리얼 음악까지 작업을 해드렸던 것 같아요. 

정사인
=작업 중에도 시간을 절약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 원하는 음악은 하나일지라도 저희가 예비로 준비하는 게 두세 가지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거까지 고려하면 정말 많이 만든 것 같네요. 음악 하나도 약간 더 밝은 버전해서 또 준비해두고... 

전진우
=시안을 받다 보면 버전이 올라가는데 그게 엄청 올라가기도 했죠. 15,16까지 올라간 것도 있었고.... 

최종시안ver. final마지막최종수정버전 막 이런 식으로요? 

이기종
=맞아요(웃음). 나중에는 버전 올라가는 게 좀 민망해서 소수 점도 넣고 그랬어요. 그래서 우리는 언제 버전 1이 되는가 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만큼 신경을 써서 만들었긴 했죠.



■ 기합 소리만 수십 종? 하이퍼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은 성우들.

하이퍼 유니버스하면 아무래도 뛰어난 성우 연기도 빠질 수 없는데, 성우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정사인
=음…성우 캐스팅은 씨웨이브측에서 거의 다 하셨고요, 섭외가 어려울 때 저희가 대안을 제공해드리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거의 틀이 잡혀있으셨거든요. 아무래도 작가분이시다보니…머리속에 그려진 성우들을 다 찾아내셨던 것 같아요. 

그럼 실제로 캐릭터 작업하시면서 좀 구상을 해두셨나요? 

정진선
=네. 조금 그랬던 거 같아요. 아까 찾아봤더니 녹음에 참여해주신 성우분이 스물두 분 정도 계시더라고요. 공개된 거만요. 유명한 분들로 말씀드리면 일단 '아리' 성우로 유명하신 이용신 성우님도 참여해주셨고, 오버워치에서 루시우를 연기하셨던 이호산 성우님도 참여하셨어요. 

그리고 하이퍼 유니버스에는 좀... 뭐랄까. 괴물이 많아요. 사람이 아닌 목소리를 내야 돼서 남성 성우분들이 주로 괴물을 목소리를 많이 내셨던 것 같아요. 차별성 있는 괴물이랄까... 

정사인
=이게, 하이퍼들 특징 중에 하나가 머리가 둘이 있거나 뭔가를 타고 있거나하는…1인 2역을 소화해야 하는 하이퍼들이 좀 많아요. 보통 게임에서는 한 사람이 말을 하는 분위기인데, 하이퍼 유니버스는 2인이 대화하는 느낌도 있거든요. 그거도 좀 잘 살려보려고 했어요. 

 

괴물...괴물...괴물...괴물더블...


정진선
='블루로즈'를 이용신 성우님이 연기해주셨죠. 뭔가 강인한 여성인데 섹시한 느낌도 낼 수 있는 이미지를 찾으니 딱 이용신 성우님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조금씩 레퍼런스도 찾아보고 했던 것 같아요. 레드같은 경우도 전대물을 해보신 분이 하는 게 맞다고 싶어서 남도형 성우님을 모셨고요. 


성우분들하고 녹음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고 들었는데, 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정사인
=음…글쎄요? 좀 특별한 건 뭐랄까. 하이퍼 유니버스가 굉장히 기합소리가 많이 녹음을 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번 녹음을 하시면 다들 진이 빠지셨는지 엄청 힘들어하시더라고요. 메이플스토리 같은 경우는 대사를 위주로 했으면 하이퍼 유니버스는 점프도 기합이고 공격도 기합이고... 

게다가 한두세 개의 기합이 계속 랜덤하게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몇 십 개의 기합들 중에 랜덤으로 기합이 나오게 되는 구조라서...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셨어요. 설상가상으로 여름에 녹음을 많이 했는데…녹음하는 곳, 방음실이 애초에 방음이 목적이라서 냉방이 잘 안돼요. 안 그래도 더운데 열심히, 과격하게 호흡을 잘 해주셔서 땀범벅이 되기도 하시고... 그게 기억에 남네요. 

정진선
=이용신 성우님이 좀 힘들어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보통 잘 안 그러시는데, 뭔가 녹음을 하시는 동안 많이 힘들어하시는거에요. 왜 그러시냐고 물어봤더니 임신 중이라서 태교에 안좋다고… 

정사인
=아…블루로즈. 

정진선
=블루로즈의 대사를 보면 좀…태교에는 안 좋죠. 그때가 막 둘째를 임신하셨을 때인데, 대사가 좀 '죽인다'는게 많아서 힘들어하셨어요. "정말 마음껏 죽여도 되는 거지? 아, 흥분돼!"라던가, "죽으면서 몸부림치는 게 난 그렇게 좋더라~"하는 것도 있고요.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는 것도 있었고... 막 죽어! 죽어! 그래야 하는데 태교가 걱정된다고 하셨거든요. 

정사인
=이게, 성우분들이 알고 보니까 임신 말기라던가 출산 직전까지도 녹음을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보통 10개월로 치면 거의 9개월 반에도 녹음을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고... 아무튼, 건강한 출산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블루로즈의 대사 일부...태교에 영 좋지는 않아보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런데 아까 들어보니 하이퍼 수에 비해서 성우의 수는 좀 적던데, 1인 2역을 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정진선
=네. 그런 경우도 좀 있어요. 한 분이 많게는 세 개를 하신 분도 있고, 보통은 하나. 혹은 두 하이퍼를 맡으셔서 연기를 하신 분도 있습니다. 

정사인
=중복 캐스팅이 아니냐고 하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일단 의도는 같은 성우분이 더 많은 녹음을 통해 연기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한 번 했던 분들은 바로바로 아시거든요. 예를 들어 HP가 줄어들면 캐릭터가 헉헉거리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걸 처음 보면 대부분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한 번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니까... 

처음 녹음할 때는 기합도 그렇고 해서 힘들다고 하신 경우가 많았어요. 세 네 시간쯤 걸려서 목도 거의 쉬어서 가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한 시간 정도면 녹음이 다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다들 익숙해지다 보니까 좀 달인이 되신 것 같더라고요.



■ 효과음으로 하이퍼들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하다.

성우분들 녹음을 이야기하니 생각난 건데, 하이퍼 유니버스의 스킨을 퀄리티가 대단합니다. 외형만 바뀌는 게 아니라 목소리와 스킬 이펙트까지 바뀌더라고요. 

정진선
=일단 스킨은 완전히 새로 만든다고 보시면 돼요. 기존의 사운드를 거의 안 쓰거든요. 외형이 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른 형태의 하이퍼로 바뀌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재질도 달라지게 돼서 거의 반 이상은 새로 만드는 편이에요. 거기에 맞춰서 효과음도 바꾸고, 보이스는 100% 새로 만들고요. 그만큼 퀄리티에 많이 신경을 썼죠.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본 스킨 하이퍼와는 대부분 다르게 하려고 방향도 많이 바뀌고 있고요. 

블루로즈 같은 경우는 암살자에서 수영복으로 바뀌는데, 그러면서 공격도 물총으로 바뀌잖아요? 그런 것 하나하나 요청을 드렸던 게 많아요. 크레이그 같은 경우는 일단 목소리도 바뀌지만, 소리를 다 바꿔야 돼요. 원래는 '매'였는데, 스킨을 바꾸면 '까마귀'로 되니까 기존 소리를 사용하면 무지 어색하죠. 그래서 소리를 교체하고 완전히 새로 만드는 느낌이에요. 사운드 자체는 스킨마다 하이퍼를 하나 새로 만드는 느낌인 것 같아요. 


크레이그는 매에서 까마귀로 바뀌어서 이 소리를 다시 다 녹음해야 됐다고..


정사인 
=워낙에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셔서 저희도 좀 놀랬어요. 그래도 좀 다행인 게, 저희는 그림을 보고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서…그림, 일러스트가 좋으면 그만큼 몰입해서 더 퀄리티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욕심도 더 나오고요. 그런 부분에서 하이퍼 유니버스는 욕심이 참 많이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오히려 억누르는 게 힘들었죠. 


전장에서 막상 싸움을 하면 BGM이 자연스럽게 잘 안 들리고 타격음이라던가 기합 같은 효과음에 많이 집중이 되더라고요. 마치 효과음을 통해서 캐릭터성을 더 부각시키려는 느낌이랄까? 그런 걸 좀 의도한 게 있으신 것 같아요. 

정사인
=음...그게 BGM을 죽였다기보다는 강렬하게 타격감을 주려고 하다 보니 생긴 현상인 거 같아요. F 모드 엔진을 쓴 걸로 아는데, 그 엔진이 알아서 음역을 조절을 하는 편이거든요. 마스킹 효과(※크고 강한 음에 의해 어떤 음의 최저 가청한계가 상승하여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말)라고 해요. 

전진우
=아, 처음에 쓰려다가 F 모드 엔진 효과는 결국 못썼어요. 하이퍼 유니버스가 전투가 좀 많아서 잘 안 맞더라고요. 막상 엔진을 써서 서라운드로 소리를 입혀봤는데, 이게 너무 정신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니 집중도 잘 안되고…그래서 지금은 안 쓰고 있어요. 그냥 애초에 전투도 많고 양쪽에서 때리니까 별다른 조작이 없어도 강한 소리가 나게 돼서 마스킹 효과가 일어나는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신동혁
=아…그렇구나. 아무튼 효과음도 작업하는데 좀 힘들었어요. 워낙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으신 편이라…사운드가 이미 좀 많이 강렬한데도 그것보다 더 강한 걸 요구하시더라고요. 소리를 강하게 만들다 보면 거기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좀 있는데, 그걸 보완하고 해결하는데 시간을 좀 많이 썼습니다.

그래도 하이퍼 유니버스는 캐릭터성을 살리는데 재미있어하셨어요. 효과음으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게 쉽지가 않은데, 캐릭터들이 워낙에 개성도 있고 해서 자신만의 창의성을 사운드로 살릴 수 있었죠. 


그럼 효과음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하이퍼가 있을까요? 정말 재미있었다거나, 좀 힘들었던 케이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용
=음…엘렌디스요. 엘렌디스가 취향에 딱 맞았어요. 메카닉에 SF. 컨셉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캐릭터고 제가 그 두 요소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거의 수정 없이 통과됐던 것 같아요. 애착을 가져서 그런가...? 


SF+메카닉 컨셉의 서포터, 엘렌디스.


힘들었던 건…루이스. 이것도 좀 최근에 했던 하이퍼네요. 복서 캐릭터인데, 저는 타격음하고 효과음을 엄청 세게 잡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더 강한 걸 요구하시더라고요. 거기서 수정 작업이 좀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죠. 

정진선
=루이스는 12월 1일에 새로 들어갈 캐릭터에요. 유쾌한 성격의 전형적인 복서 스타일이죠. 복서라서 타격감이 아주 중요한 캐릭터라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했어요. 

이재용
=복서의 타격감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글러브를 끼면 굉장히 소리가 둔탁해지면서 죽는 감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강렬한 타격감을 줄 수 있어야 하고…아무튼 여러 가지 소리를 믹스해서 디자인을 했죠.

복서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글러브로 때리는 소리가 들어가요. 일단 그게 하나가 필요했고, 거기에 좀 더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서 일반적인 주먹으로 맞았을 때의 소리. 그리고 살짝 피가 튀는듯한 느낌들도 넣었고요. 특수효과(FX)로 펑-터지는 듯한 느낌을 살리는 식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주먹질 한 번에도 굉장히 많은 효과가 들어가네요. 어떻게 보면 글러브 소리와 주먹으로 때리는 소리는 완전히 다를텐데…그런식으로 좀 실제와는 다른 여러가지 소리가 섞인 케이스가 더 있나요? 

신동혁
=셀린느를 작업할 때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셀린느가 활을 쏘잖아요? 근데 실제로 피격음이 화살이 박히는 소리랑은 많이 달라요. 화살이 박히는 소리는 굉장히 강하고 둔탁합니다. 퍽-하고 소리가 나죠. 그런데 셀린느는 화살이 관통하니까,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옷을 찢는 소리를 섞어서 다르게 디자인을 했던 것 같아요. 이것도 어김없이 처음에는 너무 세다고 하셨는데…조금 조절을 해서 괜찮게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음…아이샤. 아이샤도 흔히 말하는 레이저? '빔'의 소리를 썼어요. 들으실 땐 아마 잘 모르실 거예요. 스타워즈에서 '삐용삐용!'하는 소리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 계열의 소리를 가공해서 사용했어요. 

아이샤가 '눈'을 위주로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현실에서 눈의 소리를 저희는 '부서지는' 느낌이 강해요. 부서지는 소리랄까? 단단하고 강렬한 소리는 아니라서 쓰기가 난감했죠. 그래서 소리가 끝나가는 시점에 눈이 부서지는 소리를 표현하고, 레이저 소리를 섞었는데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눈덩이를 던지는 하이퍼 아이샤...실제로는 레이저 소리를 변형했다고?!


그런 소리의 소재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사인
=음…이런 소리를 체크하는 데에는 모든 소리를 들을 때 주의를 세우고 듣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밥 먹다가 들은 소리도 그렇고, 항상 레이더를 세우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좀, 직업병 같습니다(웃음). 녹음기나 스마트폰으로 항상 재미있는 소리가 나면 체크를 해두거나 녹음을 해두게 되더라고요.



■ 옷 터는 소리까지 챙긴 세심함! "사운드를 꼭 키고 플레이해주세요"

정말로, 계속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이퍼 유니버스는 사운드의 디테일과 퀄리티에 대단한 공을 들인게 느껴집니다.

전진우
=사운드와 관련해서는 엄청 세세하게 피드백을 드렸던 것 같아요. 총소리도 그냥 '탕' 하고 끝날 수도 있는데, 이후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비면 그것도 필요하다고 추가를 요청드리고.... 총을 쏘고 손을 터는 동작이 있으면 옷을 터는 사운드까지도 챙겼거든요. 대부분 잘 못 들으시겠지만 그게 쌓이다 보면 게임의 퀄리티가 더욱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신동혁
=저희 입장에서도 이렇게까지 작업을 했던 작품이 별로 없어요. 특히나 요즘은 모바일 게임이 많아서…저희가 이런저런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면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모바일은 좀 한계가 있다 보니까 생기는 현상이긴 하죠. 

하지만 하이퍼 유니버스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겼어요. 거기서 더 추가해서 작업을 한 것도 있고요. 사운드가 정말 눈에 보이는 부분만 하는 게 아닙니다. 사운드가 발생하는 부분에서도 개연성이 필요하고 효과도 필요하죠. 그런 걸 다 고려해서 작업하니까,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습니다. 

전진우
=시간이 좀 더 넉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너무 급하게 요청을 드린 부분도 있고…그래도 그만큼 저희가 사운드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제가 EIM의 전문가분들 앞에서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사운드를 좀 다뤄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좀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드린다고 생각했어요. 사운드에서 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이 악기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하고 어떤 악기로 바꿔달라고 요청을 한다던가, 무료 샘플 사운드로 예시를 들어드리는 식으로도 했었습니다. 사운드에 욕심이 많은 만큼 작업도 수정도 많았지만 그만큼 디테일이 살아났다고 생각해요. 

정사인
=그동안 사운드 관련해서 기사화되는 걸 쭉 봤는데, 해외 작곡이나 녹음 관련 기사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하이퍼 유니버스는 그런 내용이 없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절대로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가장 높은 수준의 사운드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디테일이 최종 퀄리티를 결정하니까요. 

씨웨이브와 EIM, 양 측 모두 힘들었지만 정말 만족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진우
=EIM과 초기부터 작업을 같이 했어요. 저희가 까다롭게 사운드 퀄리티와 디테일한 요청을 드리는데도 화도 전혀 안 내시면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품질로 사운드를 제작해주셨어요. 게임에 음악이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판단하시면서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작업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보는 시각이 좀 다르다고 할까요? 

신동혁
=저희도 "이 부분을 챙겨서 해드리면 좋아하시겠다.", "어렵지만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피드백을 드리고 했거든요. 서로 게임을 위해서 좀 더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다 보니 신뢰가 쌓인 것 같아요. 단순히 저희가 사운드만 제작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게임을 함께 만들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럼 사운드는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신동혁
=개발자분들 의견이 맞지 않을까요. 저희는 그동안 사운드 때문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게임을 많이 봐 왔어요. 개발 쪽에서 사운드에 관심이 별로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더 퀄리티에 욕심을 내는 거고요. 

정사인
=사운드 업종에 있다 보니까... 정말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사운드만 좋았으면 더 잘 될 수 있던 게임인데…게임과 맞지 않는 사운드는, 그런 거예요. 액션과 어우러지지 못 해서 뭔가 붕 뜬 느낌이라던가, 쉽게 말하면 맞지 않는 옷을 입힌 거라고 보면 돼요. 그럴 경우는 정말 사운드 때문에 게임이 망했다고도 볼 수 있는 거죠. 

신동혁
=캐릭터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있는데, 개연성과 배경을 말로 굳이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효과음이던, 성우의 목소리가 됐던. 사운드는 그런 요소들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한차례 더 생각하고 만들어진 사운드가 게임과 어우러지면, 그만큼 디테일이 살아나고 흥행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디테일은 곧 힘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죠. 그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건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음악도 그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발팀의 디렉터가 음악과 성우에 관심이 있느냐.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까도 계속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하이퍼 유니버스는 디테일을 살리려고 정말 노력하시거든요. 그걸 공유해주시고, 저희도 같이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걸 찾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개발팀이 생각하는 방향이 이게 맞는지 꾸준히 물어봤고, 거기에 맞춰서 작업을 진행했죠. 그게 BGM이든 효과음이든, 성우든 전부 마찬가지였어요. 


이제는 서비스도 시작했고, 앞으로는 하이퍼들도 더 많이 나오고 스킨들도 추가가 될 텐데, 하이퍼 유니버스의 사운드 제작은 어떻게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전진우
=음…OBT 이전에는 개발 일정에 쫓기면서 한 느낌이 있는데, 아마 그 일정 거의 비슷하게 진행이 될 거 같아요. 대신 방향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대응을 해야 하니까요. 즐길 거리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 콘텐츠를 만들면서 사운드를 투입하고 해야 하니까요. 일정은 비슷하지만 상황이 다르다고 보면 될 것 같에요. 유저 반응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순발력이 요구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이퍼 유니버스'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전하는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신동혁
=씨웨이브소프트와 일하면서 힘들긴 했어요(웃음). 그 대신 저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게임의 퀄리티도 좋은 만큼 사운드의 퀄리티도 맞춰야 되니까요. 유저분들이 이런 노력을 좀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게임이 꼭 잘 돼서, 유저분들도 하이퍼 유니버스의 사운드도 이렇게 좋고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걸 잘 알아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전진우
=BGM, 효과음, 보이스…전부 다 고생하시고 힘들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퀄리티는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액션의 생명이고 꽃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운드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더 꼼꼼하게 잘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유저분들도 꼭, 사운드를 켜고 플레이해주시면 좋겠습니다!